의료 데이터로 구글의 투자를 받고, 2조원에 엑시트한 Flatiron Health의 성장 스토리

의료 데이터는 어떤 잠재성을 가지고 있을까요?

2021.09.16 | 조회 1.79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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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스케이프 레터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과 휴먼스케이프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데이터, 데이터, 데이터...

요즘 기사만 보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키워드입니다. 데이터를 활용하여 여러 산업을 혁신하려는 시도가 있는데요. 의료 분야도 그중 하나입니다. 

애석하게도 의료 산업에서는 데이터를 활용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데이터의 수집과 처리가 까다롭고, 생명을 다룬다는 점에서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플랫아이언은 병원에서 사용하는 전자 의무 기록(EMR, Electronic Medical Record) 소프트웨어를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회사의 창업과 성장 배경 그리고 의료 데이터로 어떤 것을 이루고자 하는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휴먼스케이프’의 사업개발 담당자로서 자연스럽게 데이터를 다루는 회사를 찾아볼 일이 생기는데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의료 데이터로 비즈니스를 일궈낸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창업 이듬해부터 구글의 투자를 받았고, 창업 6년 차에 글로벌 Top 제약사 Roche(이하 로슈)에 $1.9B(약 2조 1,000억 원)에 엑시트한 Flatiron Health(이하 플랫아이언)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Flatiron Health의 창업과 구글의 투자

 

플랫아이언은 Zach Weinberg(좌)와 Nat Turner(우)가 함께 창업했습니다. 이 둘은 2007년에 Invite Media라는 Ad-Tech 스타트업을 설립하여 3년 만에 $81M에 구글에 매각한 이력이 있습니다. 보통 스타트업이 빛을 보기까지 최소 7년은 걸린다고 이야기 하는데, 첫 창업에서 3년 만에 구글에 엑시트한 것은 정말 엄청난 성과입니다.

이 둘은 엑시트 후 구글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에 다시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때 설립한 회사가 바로 플랫아이언입니다. 의료 전문가도 아닌 두 창업가가 의료 데이터를 다루는 비즈니스에 뛰어든 것이 참 의아했는데요. 그러나 오히려 ‘데이터를 잘 수집하고 처리하여 원하는 곳에 제공한다’는 핵심 BM은 이전에 창업했던 광고 플랫폼과 유사한 점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플랫아이언은 창업할 때부터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날카롭게 조준했습니다. 치료제 개발과 연구를 위해서는 임상시험이 필수이지만 암 환자의 4%만이 임상시험에 참여한다는 것을 문제로 인식했습니다. 어떤 환자가 어떤 임상시험에 자격이 되는지 빠르게 찾아줄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벤처 투자는 창업자에게 투자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증명하듯, 알파벳의 투자 회사 ‘구글벤처스’는 아직 아무것도 없는 플랫아이언에게 시리즈A로 $8M을 투자합니다.

플랫아이언은 초기에 10개 병원 4개 종류의 암 질환을 대상으로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암 의료진들이 오직 자기만 환자를 보는 것 같은 고립감을 먼저 해결해주고자 했습니다. 환자 진료 내역을 비식별화 하여 업로드 하면 국가 표준 치료법을 잘 따르고 있는지, 자체 가이드라인을 잘 지키고 있는지 그리고 각 환자 연령에 따른 트렌드, 패턴을 파악할 수 있는 시각화 툴도 제공했습니다. 의료진은 타 병원에서 진료 받고 있는 타 환자의 비식별화 데이터를 함께 참고할 수 있었습니다. 의료진 뿐만 아니라 환자의 고립감 해소에도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어느 정도의 가설이 검증되었나 봅니다. 플랫아이언은 약 1년이 지난 시점에 시리즈B 라운드로 $130M 규모로 후속 투자를 유치하게 됩니다. 한 라운드만에 투자금이 엄청나게 뛰어버린 것이 인상 깊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플랫아이언이 설립된 2012년 당시의 시장 배경도 잠깐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이 때는 미국 정부 주도의 적극적인 인프라 투자의 일환으로 전자 의무 기록 소프트웨어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던 시기였습니다. 금융위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HITECH ACT(Health Information Technology for Economic and Clinical Health Act)가 세부 조항으로 시행되었고, 건강정보의 디지털화를 위해 $25.9B를 투자하던 때입니다. 덕분에 미국 전역에서 12.2%가 기초적인 EHR을 사용하고 있었으나 2015년에는 90% 이상이 의미 있는 수준의 EHR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에 플랫아이언도 그 한 가운데에 있었던 것입니다. 

 

플랫아이언의 데이터 수집과 활용 방법

대규모 실탄을 확보한 플랫아이언은 바로 인수합병에 나섭니다. 웹 기반 EMR 소프트웨어 ‘OncoEMR’을 개발한 Altos Solutions Inc.를 인수합니다. 종양 분야에 특화된 OncoEMR은 당시 1,300명의 의사가 사용하고 55만 명의 암 환자 정보가 등록된 EMR이었습니다. EMR을 통해 전국의 환자 데이터를 빠르고 확장성 있게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OncoEMR은 지금까지도 플랫아이언의 대표 서비스로 꼽히고 있습니다.

 

현재 OncoEMR은 미국 2,500명 이상의 의료진이 사용하고 약 300만 명의 환자 데이터를 확보한 서비스로 성장했습니다. EMR 서비스 이외에도 진료비 수납을 도와주는 OncoBilling, 처방/ 수납 등 데이터를 분석하여 보여주는 OncoAnalytics, 임상시험에 적격한 환자를 빠르게 찾아주는 OncoTrials 등을 함께 운영하며 자체 생태계를 구축했습니다. 

(각 프로덕트를 직접 사용해 볼 수 없다는 한계가 있어서 조금 아쉽습니다.)

EMR만 있다고 바로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EMR 데이터는 분석하기에 굉장히 어렵다고 많은 의료진이 입을 모아 이야기합니다. 의사마다 진료 기록을 작성하는 방식이 다르고 약어를 쓰는 등 정제된 데이터로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대형병원의 의료진은 기존 경상적인 업무로도 너무 바쁩니다. 문서작업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기도 힘든 실정입니다. 

 

 

플랫아이언은 인력을 대거 채용하여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미국 전역에 걸쳐 500명 이상의 데이터 추출자(Abstractor)를 고용했습니다. 종양 분야 수련의, 간호사, 임상 연구 종사자 등 의료분야 경력자들로 구성된 이 추출자들은 데이터를 정형화하여 입력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하나씩 관리를 해서라도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게끔 만들었습니다.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끔 만든 플랫아이언은 여러 제약사와 국가 규제 기관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습니다. 그중에 가장 대표적인 협업이 바로 FDA와의 RWE(Real World Evidence) 활용을 위한 공동 연구가 있습니다. RWE란 EMR, 보험 청구 기록, 웨어러블 기기, 환자의 생활 습관 등의 자료를 분석하여 의료 특정 의학 제품의 사용이 효과 또는 위험이 있는지 알 수 있는 임상적 증거를 뜻합니다.

FDA는 그동안 임상시험을 통해 잘 통제되고 정제된 고품질의 증거(근거)를 기반으로 약품을 평가해왔습니다. 그러나 임상시험이 항상 모든 현실 세계(Real World)를 반영할 수 없습니다. 임상시험에서는 발견되지 못했던 부작용이나 특징들이 종종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RWE를 활용하여 실제 환자들에게 특정 약품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모니터링 하고 향후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에 참고하고자 합니다. 특히 신약이 출시된 후 그 효과와 안전성을 모니터링 하는 ‘시판후 조사’ 부분에서 RWE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합니다. 제약산업 현장에서 RWE를 사용하려면 그 데이터셋이 포괄적이고 아주 고품질임이어야 하는데, 이를 위한 파트너로 플랫아이언이 선택된 것이죠. 

 

 

맞춤형 암 치료를 향한 로슈의 퍼즐 조각 - 플랫아이언 인수

2016년 시리즈 C 라운드에서 플랫아이언에 리드 투자를 했던 글로벌 제약사 로슈는 2018년에 인수를 하게 됩니다. 약 $1.9B를 지불하며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는데요.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로슈는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로슈의 플랫아이언 인수는 Foundation Medicine(이하, 파운데이션 메디슨) 인수와 함께 보면 그 비전이 더 잘 보입니다. 파운데이션 메디슨은 2017년에 FDA로부터 포괄적 게놈 프로파일링(CGP, Comprehensive Genomic Profiling) 승인을 받은 회사입니다. 파운데이션 메디슨의 ‘Foundation One CDx’는 한 번에 300개 이상의 암 관련 유전 변이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항암제를 처방하기 전에 이 회사의 검사를 진행하여 좀 더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로슈는 2018년에 파운데이션 메디슨을 $2.4B에 인수합니다. 

로슈는 플랫아이언과 파운데이션 메디선 양사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Real World Clininico-Genomic Database(CGDB)를 구축합니다. 플랫아이언의 진료기록과 파운데이션 메디슨의 유전체 정보를 통합한 약 5만 명의 비식별화된 DB를 만든 것입니다. 특정 유전자와 질환을 가진 환자가 어떤 진료와 처방을 받아서 증상이 어떻게 경과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로슈는 이를 바탕으로 신규 타겟을 발굴/ 임상시험 플래닝 & 디자인/ 신약 포트폴리오 플래닝 & 인수 전략/ 동반진단 개발 등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방법은 다양하지만 이 CGDB의 최종 목표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개인화된 ‘정밀의료’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예전에는 암을 그냥 신체 부위에 따라 나눠서 치료했다면, 요즘은 개개인별로 세분화된 형태로 나눠서 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똑같은 폐암이라도 세포의 크기에 따라 소세포폐암, 비소세포폐암으로 나눌 수 있으며 이보다도 더 세분화하여 유전자 변이에 따라 치료 방법을 달리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개개인에 따라 암을 좀 더 맞춤형으로 치료할 수 있다면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 효과를 높일 뿐만 아니라 비용도 절감할 수 있습니다. 현재 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달성하고자 하는 ‘정밀의료’의 최종 방향입니다.

로슈는 CGDB의 POC 사례로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의 면역치료요법 반응을 연구했습니다. 이 연구에서 약 2,0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특정 바이오마커를 가진 환자가 면역치료요법의 효과가 더 영향을 많이 미친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결과가 과거에 실패했던 임상시험의 사후 분석을 통해 확인했던 것과 거의 동일하다는 점입니다. CGDB를 활용하여 단 몇 주 만에 저렴한 비용으로 임상시험에 준하는 결과물을 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일일이 환자를 모집하여 오랜 시간 동안 약물 반응을 살펴봐야 할 것을 데이터를 분석하여 짧은 시간에 이뤄낸 것입니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이상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의료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개인이 맞춤화된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며, 신약 개발 단계에서 임상시험을 좀 더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은 셈입니다. 앞으로 플랫아이언과 파운데이션 메디슨 그리고 로슈의 행보가 더더욱 기대되는 지점입니다.

 

 


 

 

창업부터 엑시트까지 플랫아이언의 성장 과정을 살펴보았습니다. 플랫아이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싶었으나 비상장사라서 알려진 정보가 부족했고,  의료 소프트웨어인 EMR을 직접 사용해볼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아쉬움이 좀 있었습니다. 그래도 한 기업의 성장 스토리를 조사하면서 제약 시장에서 데이터를 바라보는 관점을 얼핏 살펴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의료 데이터의 수집과 처리는 각 국가의 법규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개인 정보 문제로 인해 EMR을 통한 데이터 수집이 어려운 경우도 있는데요. 그래서 다양한 방식으로 의료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희 휴먼스케이프도 그중의 하나이며, 현재 희귀질환에 집중하여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휴먼스케이프가 바라보는 의료 데이터와 희귀질환 시장에 대해 궁금하다면 아래 채용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성 : Haritson
디자인 : Mary
편집 : Zoey

 


참고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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