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스타트업에 메디컬 팀이 있다고요?”
흔히 IT 스타트업을 생각하면 개발, PM, 디자인과 같은 직군이 가장 먼저 떠오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IT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휴먼스케이프에는 조금 특별한 팀이 존재합니다.
바로 ‘메디컬 팀’인데요. 휴먼스케이프는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메디컬 팀을 주축으로 희귀질환 환자분들에게 더욱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스타트업으로 출근’ 시리즈에서는 약사, 생물 정보학 박사, 간호사인 메디컬 팀 멤버들을 만나 볼 예정입니다.
첫 번째 편에서는 약학을 전공한 후 현재는 희귀질환 환자분들에게 꼭 필요로 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제작자, 약사 마리안의 이야기를 소개해 드리려 해요.
희귀질환 환자의 전주기 플랫폼 ‘레어노트’에 있는 모든 치료제, 질환 정보 관련 글은 전문가의 손을 거쳐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로 다시 태어나고 있답니다.
매일 아침 약국이 아닌, 스타트업으로 향하는 약사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지금부터 함께해주세요!
🌟 새로운 가치를 찾아, 스타트업에 합류하다.
Q. 그간 업무 경험 등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안녕하세요, 레어노트 서비스의 콘텐츠 기획 및 제작을 맡고 있는 고윤선입니다. 휴먼스케이프에서는 마리안(Marianne)으로 불리고 있어요.
서울대 약학을 전공했고, 이전에는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서 약사로 근무하며 임상 시험이 진행되는 신약을 관리하는 일을 했습니다.
Q. IT 스타트업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경력을 갖고 계시네요! 약사의 길이 아닌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병원에 있을 때 지나가는 저를 붙잡고, 병원 검사지의 내용을 여쭤본 환자분이 있었어요. 진료과에서 충분한 상담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을 비롯해 환자분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때 피부로 느끼게 됐죠. 그래서 이런 어려움을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게 됐던 것 같아요.
그리고 병원에서 일할 때 방대한 데이터를 접하며 분명 더 의미 있게 쓰일 방법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폐쇄적으로 관리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벗어나 데이터를 좀 더 가치 있게 활용할 수 있는 회사를 찾고 싶었고, 자연스레 스타트업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학부 때부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전공과 경험을 새롭게 활용해보고 싶었고, 무엇보다 환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Q. 그렇다면, 휴먼스케이프 합류 전 어떤 부분이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지셨나요?
처음에는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건강 데이터가 쌓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고, 그 가치가 다시 환자에게 직접적인 도움으로 돌아가는 순환 구조에 대한 호기심이 컸던 것 같아요.
이후 일을 하면서 희귀질환 환자와 보호자가 가진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명확하게 느끼게 되면서 회사의 비전에 확신을 가졌죠.
🧬 의학 정보가 쉬운 콘텐츠로 재탄생되기까지
Q. 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를 위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계신데요,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 들을 수 있을까요?
레어노트는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데요, 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적다 보니 검색을 통해 찾아지는 정보가 굉장히 제한적입니다. 정보를 찾았다고 하더라도 해외 사이트에 기반한 정보가 대부분이라 과학적인 지식의 장벽을 넘어 언어 장벽까지 더해지는 점이 환자분들께 큰 허들로 작용해요.
그래서 약학을 전공한 전문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전 세계의 의학 정보와 연구 소식들을 검색하고, 이 중에서 환자분들께 도움이 될 만한 소재를 선정해 콘텐츠로 기획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해가 어렵고 전문적인 용어들이 가득한 콘텐츠는 지양하고, 환자분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이해되고, 궁금증이나 답답한 심정을 해소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Q. 그렇다면 최근에는 어떤 업무에 집중하고 계신가요?
각 희귀질환의 치료제 개발 현황과 전 세계 연구 소식을 환자분들이 빠르게 접해볼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업무에 가장 집중하고 있습니다.
희귀질환의 치료제는 여전히 미충족 의료 수요가 가장 많은 분야입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세계적인 제약사부터 작은 규모의 바이오테크 회사들까지 치료제 개발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죠.
환자분들이 본인의 질환과 관련해 현재 어떤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고, 각 치료제의 임상 연구 현황이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으며, 언제쯤 이 치료제를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실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의학 정보나 치료제 정보 외에도 환자와 보호자분들의 복지나 일상생활 관련해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콘텐츠 소재를 찾고 만드는 일도 함께 하고 있어요.
Q. 레어노트에 콘텐츠가 업로드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는지도 궁금해요.
큰 줄기로 말씀드리면, [기획] - [조사] - [제작]의 과정을 거쳐 하나의 콘텐츠가 탄생합니다.
먼저 기획 단계는 해당 질환을 겪는 환자가 불편한 점, 필요로 하는 정보가 무엇인지 탐색하는 과정이에요. 환우회, 질환 관련 카페, 블로그, 유튜브 영상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찾아보고 있습니다.
특히 유튜브의 경우 전문가들이 질환을 설명해주시는 영상 아래 댓글로 환자분들이 의견을 남겨주시는 부분까지 확인하며 의견을 정리합니다. 아무래도 희귀질환 환자분의 의견은 하나라도 더 세심하게 살펴보게 되는 것 같아요.
기획 단계에서 환자분들의 미충족 수요를 파악한 뒤 콘텐츠의 방향성이 정해지면, 다음은 조사 단계로 넘어가게 됩니다. 콘텐츠의 근거가 되는 자료를 조사하게 되는데요. 의학 논문, 연구를 포함해 국내/외 뉴스 등 공신력 있고 정확한 자료를 근거로 조사합니다.
그리고 조사 단계까지 마무리되면 콘텐츠 제작에 들어가게 돼요. 제작 후 1차 감수, 그리고 최종 감수 및 이미지 제작까지 프로세스가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과정을 거치면서 부족한 내용을 채우고, 톤 앤 매너(Tone & Manner)는 물론 이해도 측면을 고려하며 수정이 이루어지고 더 견고하고 전문적인 콘텐츠로 거듭나게 됩니다.
🤝 사용자와 시선을 맞추며 걸어가기
Q. 프로세스를 듣고 나니, 콘텐츠를 제작하는 멤버들의 노력이 더욱 느껴집니다. 그 중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제작하는 콘텐츠에 ‘환자에게 꼭 필요한 가치가 담겨 있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환자, 보호자와 그 누구라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해요. 휴먼스케이프 내부에서는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작하자고 이야기하곤 해요.
처음에는 사용자 중심으로 생각하며 글을 쓰기까지 시간이 걸리기도 했어요.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콘텐츠를 환자분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제작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답니다.
Q. 환자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노력했던 구체적인 사례 하나를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환자분들은 치료를 받으면서도 이것이 어떤 치료인지, 왜 주기적으로 받아야 하는지, 혹은 여러 치료제가 있을 경우 각각의 차이점과 나에게 더 맞는 치료제는 어떤 것인지 잘 모르실 때가 많아요. 그래서 이러한 의학 정보를 더욱 쉽게 설명하기 위해 글을 쓸 때 적절한 비유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됩니다.
리소좀 축적질환 콘텐츠를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리소좀 축적질환’은 체내 특정 역할을 담당하는 효소의 결핍이 질환의 주원인이에요. 따라서 현재까지 최선의 치료 방법은 효소를 의약품으로 만들어 환자 몸 속에 주기적으로 주입해주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한 ‘효소대체요법의 효소는 어디서 유래하나요?’라는 제목의 콘텐츠는 효소를 의약품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필요한 ‘세포주와 유전자’의 개념을 ‘공장과 설계도’에 비유해 설명하고 있어요.
어떤 제품을 일정하게 만들기 위해 설계도에 따라 생산이 이루어지는 공장처럼, 효소에 대한 정보가 들어있는 유전자를 바탕으로 세포주도 효소를 생산해내죠.
이런 부분을 알면 어떤 종류의 ‘세포주’, 즉 ‘공장’을 사용했는지에 따라 여러 치료제가 환자에게 일으키는 부작용의 정도가 다를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어요. 궁극적으로는 환자분께서 스스로 자신이 받는 치료에 대해 이해하고, 적합한 치료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주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어요.
Q. 보통 사용자의 피드백은 어떤 식으로 얻게 되나요?
기본적으로는 제작을 마친 후 레어노트에 업로드된 콘텐츠의 각 페이지에 마련되어 있는 ‘도움 됐어요’ 또는 ‘아쉬워요’ 선택지에 대한 환자분들의 피드백을 통해 해당 콘텐츠가 얼마나 유용했는지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개발팀으로 환자분들이 직접 보내주시는 피드백도 하나 하나 귀담아들으면서, 저희가 부족했던 부분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보내요.
적극적으로 환자분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Q.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레어노트 사용자인 환자분들을 직접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어요. 실제 환자분이 현재까지의 콘텐츠에 대한 피드백을 주셔서 더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은 온라인 조사를 통해 반응을 예상했는데 직접 이야기를 들으니까 저희가 가는 방향에 대해 확고한 믿음도 생기고, 환자분이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새로운 개선 방향을 찾기도 했어요. 정말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사용자의 피드백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인터뷰였기 때문에 가장 인상적인 것 같아요.
🧑💻전문성을 갖춘 멤버와 함께 하는 성장
Q. 이제 메디컬 팀에 대한 질문이에요. 각자 전문 분야가 다르잖아요. 약사, 간호사, 생물 정보학 박사... 협업하시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아니요! 오히려 다양한 시각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아요. 레어노트라는 하나의 서비스를 놓고 보아도 구성원이 각자 바라보는 시야와 해석이 달라서, 스스로 성장할 기회가 많은데요.
메디컬 팀도 궁금증과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하면 누구든 언제나 지식과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요. 이를 통해 지식의 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각자 업무는 다르지만 각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팀원이 가까이에 있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껴요. 병원 또는 환자 경험에 대한 정보는 현장을 오래 경험하신 간호사, 이니(Inny)에게 도움받고 유전체 관련한 복잡한 내용은 생물정보학 박사인 카이(Kai)에게 확인하며 유기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Q. 의료 전문가 중에도 마리안처럼 새로운 필드에 도전하고 싶어하는 분이 있을 것 같아요.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며 느낀 업무 환경과 문화는 어떤가요?
휴먼스케이프만의 유기농 문화가 인상 깊었어요.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바탕으로 한 투명하고 수평적인 문화가 좋았습니다. 자유롭게 궁금한 점에 대해서 물어볼 수 있고,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병원에서 근무했을 때는 아무래도 구조적으로 상하 관계가 명확한 환경에서 일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곳은 정반대의 문화를 가지고 있어서 신기했어요. 주체적으로 일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사소하지만 휴가 역시 사용하고 싶을 때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점도 좋답니다.
Q. 그럼 스타트업에는 어떤 분들이 잘 맞고 필요할까요?
본인의 전문성을 활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일에 호기심과 흥미를 느끼고 있는 분이라면 잘 맞을 것으로 생각해요.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팀원들과 소통하는 과정을 좋아하는 분이 필요해요. 보통 전문직의 경우는 동일 직군의 사람들과 일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스타트업에서는 개발을 비롯해 PM, 디자인 등 다양한 직군과 소통하며 협업하는 것이 필수예요.
여러 가지 가설을 세우고 확인하며 솔루션을 찾아가는 과정이 스타트업의 미덕인 만큼, 레슨런(Lessons learned)의 과정을 즐길 수 있는 분이라면 최고일 것 같습니다.
Q. 벌써 마지막 질문이네요. 앞으로 이루고 싶은 커리어 목표가 계신가요?
생각해보면, 제가 스타트업으로 오게 된 이유는 의료진의 관점보다는 환자의 입장에서 실질적인 가치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어요.
많은 병원과 주치의 선생님을 거쳐도 아직 해결하기 못한 환자분의 고민이나 어려움이 있을 거예요. 그런 빈자리를 채워드릴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요.
환자분들이 믿고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서, 건강 데이터가 실질적인 치료제 개발로 이어지도록 돕는 역할도 하고 싶답니다.
함께 헬스케어 산업의 문제를 풀어갈 사람을 찾고 있어요!
기획 및 작성 : yvette, zoey
디자인 : 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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